다시 어둠 속으로
하루 종일 그저 서성댔다
어둠을 딛고 나가 어둠을 밟고 오기까지
코 앞을 쉬지 않고 팠지만
애시당초 닿고자 하는 바닥은 없었다
되돌아온 편지 여섯 통
그들은 벌써 그곳을 떠난게다
무지근한 어깨 위에 걸린 약속 몇 개
내일은 별 볼 일 없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
두 시간 신자유주의 행정을 읽고
한 시간 비판의 잡문을 읽으며 저녁이 갔다
마른 머리 잘린 코다리의 생각은 비닐에 담기고
행동은 부식한다 좁은 어둠속에서
생각의 끝은 늘 비리다
레몬즙과 후추 또는 생강을 넣어도 사라지지 않는
물간 생각의 비늘 틈 집요한 비린내
뚜껑을 열면 더해 뚜껑을 닫아
금새 어두워 진다 뚜껑을 닫으면
다시 어둠 속으로 끓는 어둠 속으로 갈 수 있다
2013.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