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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

취몽인 2013. 12. 12. 14:18

 

 

 

 

 

가을 여행

 

 

 

 

기차가 한강 철교를 지날 때마다 안도한다

뿌연 얼굴로 드러누운 한강은 깊고 끈질긴

경계 오래전 이 무표정한 넓이를 건너온 후

한 번도 온전히 남쪽으로 내려가지 못했다

기슭만 오가며 쇠락하는 반환 철컥철컥 기

차는 철교를 씹으며 달린다 흐린 마음에 붙

들린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한 시간을 달

려 평택 즈음 삼분의 일이 지났다 설레이는

회복은 이제 겨우 두 시간이 남았다 창밖

을의 뒷모습은 창백하다 흐린 탓이다

파는 여승무원을 마냥 기다리며 손에 든

을 풍경에 버무려 읽는다 주인공은 나보

더 옹색하다 하인리히 뵐은 초라한 48

시간을 소설에 담았고 나는 초조한 48 시간

을 거리에 담는다 온전히 돌아갈 때는 더 가

벼우라 불편하게 기다릴 아제 숙취를 걱정

구 목적지는 각기 제 나름대로 흔들리

기차는 덜컹 가난하게 천안역에 닿았

 

 

 

2013. 11. 14 초고 / 2013. 12.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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