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바람 찬 길을 걸으며
말을 잃는다
셔츠 깃 아래에서 솟은 다짐 몇 뭉치
오르지 못하고
다시 가라 앉는다
모서리에 비릿한 상처만 묻었다
한 동안 이야기는
안으로만 맴돌았다
목젖 근처에 잔뜩 맺힌 발자국들
들을 것인가
들을 이가 없을 것인가
헤아리는 것도 두려웠다
바싹 자른 옆머리 양쪽을 누르는 통증
아침이면 빈 어금니들 부숴지는 소리
입이 닫혀도 할 말들은 그렇게
속으로 떠드는 법
나는 말을 잃었지만
나의 말들은 아우성으로
매운 창밖 시퍼런 하늘에 걸려
쨍그랑 쨍그랑 가슴을 찌른다
이 즈음에서 나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아니면
지금 잔금 그어지고 있는
충혈이 터질지 모른다
2014.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