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침묵

취몽인 2014. 2. 11. 15:55

 

 

 

침묵

 

 

 

 

바람 찬 길을 걸으며

말을 잃는다

셔츠 깃 아래에서 솟은 다짐 몇 뭉치

오르지 못하고

다시 가라 앉는다

모서리에 비릿한 상처만 묻었다

한 동안 이야기는

안으로만 맴돌았다

목젖 근처에 잔뜩 맺힌 발자국들

들을 것인가

들을 이가 없을 것인가

헤아리는 것도 두려웠다

바싹 자른 옆머리 양쪽을 누르는 통증

아침이면 빈 어금니들 부숴지는 소리

입이 닫혀도 할 말들은 그렇게

속으로 떠드는 법

나는 말을 잃었지만

나의 말들은 아우성으로

매운 창밖 시퍼런 하늘에 걸려

쨍그랑 쨍그랑 가슴을 찌른다

이 즈음에서 나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아니면

지금 잔금 그어지고 있는

충혈이 터질지 모른다

 

 

201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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