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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가는 길

취몽인 2014. 3. 1. 09:31

 

 

 

양평가는 길

 

 

 

삼월, 만세도 푸르기 전 외곽순환도로를 달린다 오년 전에

만났던 거친 꼬마들을 등뒤에 두고 미세먼지에 갇혀 힘겹게

비치는 햇살은 아직 멀다 두 번째인가 버스는 터널을 지나고

앞 뒤의 꼬마들은 엑스오 엑스오 손뼉치며 노래한다 예수의

버스 안에서 예수는 엑스오를 이기지 못한다 열다섯 무렵의

나는 동성로와 이젠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그녀에 빠져있었다

그때도 예수는 빈 방만 빌려주고 골목끝에서 혼자 서성였다

하남을 지나도 아침은 여전히 희미하다 팔당 연옥을 겨우

벗어난 강물은 제 얼굴과 하늘의 재치기를 구분하지 못한다

삼십분 후면 도착할 양평 예상컨데 아침 해는 여전히 구름과

먼지에 밀려 싸늘할 것이고 웃음과 쌍욕이 버무러진 중삐리

들의 허세와 경계를 오가며 한숨을 쉬는 제자들 저멀리 예수는

기다릴 것이다 내게로 오는 길은 멀고도 험하나니 창밖에 반가운

능내 낮은 표정이 싸늘하게 흐른다 곧 양평이다

 

 

 

2014. 0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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