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을 걸으며
높이 사이로 굽어지는 좁은 길을 걷는다
연두가 초록에 굴종하는 여백을 뚫고
슬쩍 기운 둥치들이 끝없다
비 젖은 길은왼쪽으로 휘며 표정을 감춘다
숲은 여전해도 갈 곳을 알 수 없는 내일
걸어 온 길도 이 숲 속 구비진 흔적
완고히 솟은 이들 사이로 참 오래 걸어왔다
그늘을 드리우고 뿌리로 발목을 채기도 하고
무심히 내려다보기도 한 키 큰 사람들 많았다
녹음 사이 하늘은 좁고 푸르고 깊은 곳
그림자에 붙들려 걸어온 길끝에도 꽃은 피고 졌을터
길섶에 쓰러진 나무 하나 높이도 결국 낮아지는 법
발치에 풀벌레 한 마리 튀면 다시 이어지는 길
보이지 않아도 길은 길 그냥 이렇게 걸어야할 길
키 큰 이들 부럽게 바라보고 문득 쪽하늘 올려다보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주변만 싱그러운 숲길일 지라도
발목 적시며 그저 묵묵히 걸을 일이다
2014.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