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
반 빚으로 처음 산 내 집
한 뼘 앞마당에 마른
앵두나무 있었다
내 키 만한
가는 줄기 여럿 솟아 한 아름
생뚱맞게 있었다
몇 년
담배 피러 나와 몰래 오줌도 주고
가지도 솎고 공을 들였다
어느 봄
눈 쌓이듯 꽃 터지고
피 맺히듯 쏟아진 앵두 이름 그대로
단 맛 신 맛 조금
입안엔 씨가 절반
결실은 그리 튼실하지 못했다
뿌리 끝은
지하 주차장 슬라브
허공은 뚫지 못해
한 번 활짝
팔 뻗고 더는 뻗지 못하고
차례로 비틀려 갔다
아랫집 장롱 들이던 날
옆구리 세게 찍힌 날
목숨줄 내려놓기 시작한 날
다음 해
회사 짤리고 집 팔아 빚 가린 날
앵두 몇 알 겨우 내밀던 나무
바닥이 얕으면
용써봤자 별 무소용이야
베베 몸 틀며 비웃던 나무 앵두나무
2014.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