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나무의 계절
낮은 담벼락 바깥으로
슬쩍 들어온 바람이 웅크렸다
몇 푼 꾼 햇살
흔적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슬픈 온기는 아직 온전하다
유난히 화사한 것은 좁은 탓
소한 막 지나 엄동은 이제부터
기우는 오후 해가 이발소 옆을 지나면
남은 온기도 목마르게 식을 것이다
눈치보던 바람도 은근히 담벼락을 넘을 것이다
불이 꺼지면
애써 덧칠한 화장이 무슨 소용
발목부터 시릴 것인지
손끝부터 시릴 것인지
햇살을 거둔 겨울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많이 추울 것이다
미리 떨며 으름장을 놓을뿐
2014.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