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앵두나무

취몽인 2014. 11. 18. 13:58

 


 


앵두나무 


 


반 빚으로 처음 산 내 집

한 뼘 앞마당에 마른

앵두나무 있었다 


내 키 만한

가는 줄기 여럿 솟아 한 아름

생뚱맞게 있었다 


몇 년

담배 피러 나와 몰래 오줌도 주고

가지도 솎고 공을 들였다 


어느 봄

눈 쌓이듯 꽃 터지고

피 맺히듯 쏟아진 앵두 이름 그대로 


단 맛 신 맛 조금

입안엔 씨가 절반

결실은 그리 튼실하지 못했다 


뿌리 끝은

지하 주차장 슬라브

허공은 뚫지 못해 


한 번 활짝

팔 뻗고 더는 뻗지 못하고

차례로 비틀려 갔다 


아랫집 장롱 들이던 날

옆구리 세게 찍힌 날

목숨줄 내려놓기 시작한 날 


다음 해

회사 짤리고 집 팔아 빚 가린 날

앵두 몇 알 겨우 내밀던 나무 


바닥이 얕으면

용써봤자 별 무소용이야

베베 몸 틀며 비웃던 나무 앵두나무

 


201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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