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GEO

고구마 두 개

취몽인 2015. 3. 12. 23:47

 


 


고구마 두 개


  


널 깎아

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어

한 개에 천이백원

먹기엔 너무 비싸 


널 뽑아

돌려보낼 생각도 없어

벌써 일주일

무슨 생각을 하는거니 


머리를

풍덩 꼬나박고도

도무지 눈을 뜨지 않는 건

봄을 기다리는 거니 


길이는

미리 준비해 두었어

발만 내밀면 되

그러면 넌 떠날 수 있어 


기다림

천이백원 만큼의 인내가

퉁퉁 불고 있어

제발 썩지는 말아 


네 친구?

냉장실에 엎드려 있어

그도 기다리지

너의 실패를 


한 뼘쯤

위로 솟다가 쏟아져 내릴

비축된 탈출

그게 관건이야 


내일은

햇볕을 쬐어줄게

이마를 말려 손을 내밀어보렴

푸른 낙하의 소멸을 


마침내

네가 떠나기 시작하면

결정할거야

다시 또는 다른  


지금은

어둡고 조금은 졸려

넌 움직이고 있니

갠 추워서 떨고 있단다


 


2015.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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