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두 개
널 깎아
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어
한 개에 천이백원
먹기엔 너무 비싸
널 뽑아
돌려보낼 생각도 없어
벌써 일주일
무슨 생각을 하는거니
머리를
풍덩 꼬나박고도
도무지 눈을 뜨지 않는 건
봄을 기다리는 거니
길이는
미리 준비해 두었어
발만 내밀면 되
그러면 넌 떠날 수 있어
기다림
천이백원 만큼의 인내가
퉁퉁 불고 있어
제발 썩지는 말아
네 친구?
냉장실에 엎드려 있어
그도 기다리지
너의 실패를
한 뼘쯤
위로 솟다가 쏟아져 내릴
비축된 탈출
그게 관건이야
내일은
햇볕을 쬐어줄게
이마를 말려 손을 내밀어보렴
푸른 낙하의 소멸을
마침내
네가 떠나기 시작하면
결정할거야
다시 또는 다른
지금은
어둡고 조금은 졸려
넌 움직이고 있니
갠 추워서 떨고 있단다
2015. 03.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