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목소리

취몽인 2014. 7. 15. 16:13

 

 

 

 

목소리

 

 

 

 

본격적인 더위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묵묵한 하루들이

발끝에 모여 뜨겁다

이맘 때면 언제나 스며나오는

말단의 분노가 맺혀

한꺼풀

왼발은 벌거벗은 지 오래

동으로 난 창턱에 걸어

말려도 말려도

식지 않는 열기들

 

등성이에서 몰아쳐

재건축 마을 지붕으로 쏟아지는

바싹 마른 바람떼

어이없는 고춧대가 휘몰아치고

방충망 너머 풍경은 너울진다

눈으로 읽히는 마음들

모두 아래로 아래로

혈액순환이란 결국 중력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

덥혀진 생각 자락마다 

아래로 아래로

뜨겁게 뜨겁게

 

한 석 달

마음 한 줄 뱉지 못한  이유는 아마

달궈진 목소리가

발바닥으로 터졌기 때문이지

그러니 지금 이따위 아무 소리라도 지껄이는 거지

 

 

201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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