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무력에게

취몽인 2014. 7. 16. 21:18

무력에게

 

 

장마는 남녘에 걸려

통 올라오질 못하고 있네

에어컨 작동 안되는 차로는

마른 여름을 견디기가 진정 고역일세

아직도 자네는 그 바닥에 머무르고 있군

나는 요즘 자네를 일으키는 일이

가장 큰 일이라네

더 내려갈 곳도 없는 곳에서

자꾸만 드러누워 있으려는 자네

여간 잔소리를 쏟아도

모로 누워 벽속으로 숨기 일쑤지

그래도 이번 주는 제법 부지런을 떨긴 했지

그 정도면 자네 입장에선

엄청난 탈피라 할 수도 있겠네

 

하지만 난 보고 말았네

바닥을 딛고 깡마른 거리로 나선 자네가

멍하니

허공을 기대고 갈 곳 몰라 선 모습을

 

사라지지도 못하는 어느 부재의 존재를

 

 

201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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