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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옆에서

취몽인 2014. 7. 17. 15:00

 

 

 

 

바퀴 옆에서

 

 

 

 

장마가 예고된 오후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서다

 

지하철역까지 마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은 굳이 타지 않고

아무 버스나 집어 환승

 

     갈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는 잉여

과천쯤에 내려 벚나무 바람을 쐬다

바삐 달리는 차들과 사람들

방관하는 창가에 단 커피 한 잔 마주하다

 

오래 있어도 나가랄 사람은 없다

삼천 팔백원에 커피 한 잔

둥근 테이블에 나무의자 셋이면

시간에겐 충분한 지불

 

남은 담배는 일곱 개비 곧 여섯 개비

넌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고 빨리 피워

여섯 시 약속에는 비가 올 것이다

술 먹지 않기로 한 저녁은 너무 습하겠지

 

씨를 부지런히 뿌려둬야 결실이 있어요

당신은 너무 게으르고 자존심만 강해

절실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바퀴 몇 개 줄 지어 눈 앞을 지나다

 

보장을 팔고

다가올 겨울의 눈을 팔고

너의 물건을 팔아 드립니다

던져둔 가방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두 시 사십 오 분

젊은 친구들의 여유는 투박하다

부숴지듯 웃고 반쯤 욕을 섞어 사랑한다

너 또한 구르다 멈출 것이다

 

실적을 바라는 사무실로 갈까

더 습한 사우나는 어때

당구장 서점 도서관 그냥 버스 유람

도시의 세 시간은 너무 광활하다

 

핫팬츠 여학생 허벅지를 훔쳐보다

뒷 편의 할머니가 겹친다

대구와 수원과 인천을 거쳐 역삼으로 올 친구는

다시 대구로 간다 한다

 

버스 몇 대 승용차 몇 대 사이로 오토바이 한 대

      좌우로 구르며 지난다

잠깐 비치는 비는 햇살에 지워졌다

주춤한 구름이 내려다 본다

 

엇, 창밖의 바람이 둥글게 구른다

처녀 하나 흘깃 보고 둥글게 구른다

강아지를 꾸짖는 막내 목소리가 둥글게 구른다

뒷 자리의 담배연기 내 앞으로 둥글게 구른다

 

모두가 굴러가는 눈 앞은

온통 바퀴 자국

그 흔적 깊이에 짓이겨지는

오후의 무력 한 모금

 

 

2014.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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