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십만원

취몽인 2014. 8. 22. 13:57

 

 

십만원

 

 

 

다리 정맥에 맺힌 피떡이

꾸역꾸역 위로 올라와

허파로 가는 모세혈관을 막았다고 했다

 

야야, 내가 왜 이런지 모리겠다

기운이 한개도 없고

이라다 죽는거 아인지 모리겠다

 

오십년 적출된 나의 자궁이 나를 부른 날

일단 부리나케 중환자실에 부려놓고

팔십의 앞 뒤를 재본다

 

폐색전증입니다

원인은 몇 가지가 있는데

여성호르몬제 투약의 부작용으로 추정됩니다

 

팔순도 여자란 말인가

여성호르몬 투약이라니

어디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일까

 

입원해서 집중적으로 피를 묽게하고

지속적으로 치료하면 회복될 겁니다

여성호르몬은 안됩니다

 

몇 가닥 생명선을 매달고

가쁘게 숨을 쉬던 옛 여자가 나를 부른다

손에 쥐어주는 접힌 종이

 

정신차리고 나가서 밥 사묵어라

장롱 서랍에 통장 두 개 있고 비밀번호도 써놨다

뒷 일은 니가 알아서 잘 챙기라

 

오만원짜리 두 장

어느 경황에 챙겼을까

죽음을 생각하며 손에 꽉 진 아들의 생계

 

링거는 천천히 떨어지고

오실로스코프는 천천히 파도친다

까무룩 잠이 든 불안함

 

빼꼼한 창밖으로 비온다

링거처럼

오실로스코프처럼

 

오 만원 두 장, 십 만원 손 안에서 퍼득인다

자궁은 여전히 그 곳에서 나를 품고 있다

영원히 살아서

 

 

2014.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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