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만원
다리 정맥에 맺힌 피떡이
꾸역꾸역 위로 올라와
허파로 가는 모세혈관을 막았다고 했다
야야, 내가 왜 이런지 모리겠다
기운이 한개도 없고
이라다 죽는거 아인지 모리겠다
오십년 적출된 나의 자궁이 나를 부른 날
일단 부리나케 중환자실에 부려놓고
팔십의 앞 뒤를 재본다
폐색전증입니다
원인은 몇 가지가 있는데
여성호르몬제 투약의 부작용으로 추정됩니다
팔순도 여자란 말인가
여성호르몬 투약이라니
어디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일까
입원해서 집중적으로 피를 묽게하고
지속적으로 치료하면 회복될 겁니다
여성호르몬은 안됩니다
몇 가닥 생명선을 매달고
가쁘게 숨을 쉬던 옛 여자가 나를 부른다
손에 쥐어주는 접힌 종이
정신차리고 나가서 밥 사묵어라
장롱 서랍에 통장 두 개 있고 비밀번호도 써놨다
뒷 일은 니가 알아서 잘 챙기라
오만원짜리 두 장
어느 경황에 챙겼을까
죽음을 생각하며 손에 꽉 진 아들의 생계
링거는 천천히 떨어지고
오실로스코프는 천천히 파도친다
까무룩 잠이 든 불안함
빼꼼한 창밖으로 비온다
링거처럼
오실로스코프처럼
오 만원 두 장, 십 만원 손 안에서 퍼득인다
자궁은 여전히 그 곳에서 나를 품고 있다
영원히 살아서
2014.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