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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시간을 베던 빛살이 사라진 그 하늘
눅눅해진 경계의 끝이 녹슨다 산란하던 은행 끄트머리는 바삐 늙어
모두 고개 숙였다 모질게 매달린 다음 목숨들 몇몇은 벌써 떨어지고
황금색이 젖어 똥색이 된 창밖의 안색 오히려 반가운 숙변의 징조
몇 모금 떨어지는 비 닿을 틈도 없이 사라지는 발걸음 사이 끈적한
발자국들 5가에서 비껴나 장충동을 오르는 슬라브 아가씨들 그 뒤를
따르는 이열종대의 꼬마 경찰들 확고부동한 시선 한꾸러미 엉덩이로
쉐보레 대리점 앞에 늘어선 벤츠 렉서스 아우디 할리데이비슨 쉐보레의
악몽은 충무초등학교 뒷골목으로도 이어져 쉐보레 한 대 없는 쉐보레의
땅이 좁게 사라진다 여전히 담을 넘는, 엄밀히 말하면 문을 넘는 아이들
통과보다 극복이 자랑스러워 누구에게 누군가에게 넘어서면 모두다
한 입에 오래된 떡꼬치 하나씩 붉게 물고 좌로 휜 어제 속으로 사라지는
그나마 비는 그치고 밝은 내장에서 바라보는 피부는 혼자 촉촉 무너져
개일 무렵 나갈 것인가 그냥 나갈 것인가 오라는 곳 없는 거리를 향해
눈짓을 아무리 던져도 재빨리 녹여버리는 오후 은행알 썩히는 먼 비
2014. 10.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