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기억
한 이십여년 살던 동네
뒷골목에 앉아
뒤를 돌아 보는 일
수없이
기슭을 오르내렸을
늙은 바람에 실려
오후가 잔잔히 흔들린다
처음엔 싸우듯 살았다
좀 지나선
회개하는 체 살았다
그 사이 잎들은 가을로 물들고
행동하지 못한 계획이
기어이 잎 질 때
먼지 한 모금 일으키고
슬그머니 떠난 곳
바람이 다시 관악산을 오르는가
푸른 잎들 반짝이고
적막 사이
아이들 목소리 빛난다
저 골목을 휘돌면
웅크린채 해바리기 하고 있을
나의 삼십대. 사십대
그 견고한 후회들
무엇이 나를
시월 이 볕 좋은 오후에
지난 시절이 널부러진
이 삼거리 골목에 서있게 하는가
2014.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