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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기억

취몽인 2014. 10. 11. 13:59

 

 

 

 

가까운 기억

 

 

 

한 이십여년 살던 동네

뒷골목에 앉아

뒤를 돌아 보는 일

 

수없이

기슭을 오르내렸을

늙은 바람에 실려

오후가 잔잔히 흔들린다

 

처음엔 싸우듯 살았다

좀 지나선

회개하는 체 살았다

그 사이 잎들은 가을로 물들고

 

행동하지 못한 계획이

기어이 잎 질 때

먼지 한 모금 일으키고

슬그머니 떠난 곳

 

바람이 다시 관악산을 오르는가

푸른 잎들 반짝이고

적막 사이

아이들 목소리 빛난다

 

저 골목을 휘돌면

웅크린채 해바리기 하고 있을

나의 삼십대. 사십대

그 견고한 후회들

 

무엇이 나를

시월 이 볕 좋은 오후에

지난 시절이 널부러진

이 삼거리 골목에 서있게 하는가

 

 

2014.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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