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을 위하여
환갑이 되면
쓰레기통 뒤져
한 팔십편 정도 엉성하게 묶어
시집 한 권 낼 요량이다
서점에 내놓을 엄두는 어림없고
시 쓴다며? 좀 보여줘 하는
친구들 입막음으로
있어줘 고맙다는 인사로 줄 요량이다
그런 게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 평생 걱정만 끼친 세상에
이러저러해서 요모양이다
변명을 하고 싶다
또 뻥치네.. 똥폼 잡고 있네
친구들 타박이 쏟아지겠지
그래도 안면몰수하고 넋두리 풀어놓을테다
알아주는 놈 몇은 있으리라
세 권은 손으로 써서 만들까 싶다
두 권은 두 딸에게
한 권은 아내에게
무릎 꿇어 주고 싶다
그러고 나면 좀 후련해질까
웅크리고 앉아 바람만 바라보던
깃털같은 무책임을 용서받을 수 있을까
긴 변명이 될 수 있을까
2014.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