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변명을 위하여

취몽인 2014. 10. 2. 14:06

 

 

변명을 위하여

 

 

 

환갑이 되면

쓰레기통 뒤져

한 팔십편 정도 엉성하게 묶어

시집 한 권 낼 요량이다

 

서점에 내놓을 엄두는 어림없고

시 쓴다며? 좀 보여줘 하는

친구들 입막음으로

있어줘 고맙다는 인사로 줄 요량이다

 

그런 게 남아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 평생 걱정만 끼친 세상에

이러저러해서 요모양이다

변명을 하고 싶다

 

또 뻥치네.. 똥폼 잡고 있네

친구들 타박이 쏟아지겠지

그래도 안면몰수하고 넋두리 풀어놓을테다

알아주는 놈 몇은 있으리라

 

세 권은 손으로 써서 만들까 싶다

두 권은 두 딸에게

한 권은 아내에게

무릎 꿇어 주고 싶다

 

그러고 나면 좀 후련해질까

웅크리고 앉아 바람만 바라보던

깃털같은 무책임을 용서받을 수 있을까

긴 변명이 될 수 있을까

 

 

2014.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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