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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궤짝

취몽인 2014. 12. 13. 11:10

 

 

 

 

나무 궤짝

 

 

 

어느 비오는

봄날 오면

마비정 선산 할아버지 산소 뒤에

구덩이 얕게 파고

나무 궤짝 하나 묻을까 한다

그 전에

사부동에 누워 있는 아버지 일으켜

돌아가고 남은 고집 곱게 갈고

뒤따를 어머니

굳은 편견과 함께 알뜰히 버무려

궤짝 속에 흩뿌리고

우선 묻어둘까 한다

또 세월이 제법 흘러

내 모진 반성도 마침내 끝나는 날 오면

동생이나 사위 시켜

그 땅 다시 파라 할까 한다

흙 걷고 궤짝 뚜껑 들추고

산산히 하나 된 아버지 어머니

가슴팍 헤쳐

아직 흰 가루 내 한 몸 안기게 시킬까 한다

내 온 길이

내 아버지 어머니 간 길

늦어서도 그 물길 따라 가다보면

할아버지 큰아버지도 만나고

용식이 아저씨도 만나고

산소 옆 개암나무 썩은 뿌리도 만나

왁자하니 강창나루로 흘러가겠지

아버지는 구름으로

어머니는 안개로

나는 또 마비정 실개천으로

한 풍경으로 흘러

어느 아이 크레파스 그림이 되고

그러다 태워지던가 바람에 날리던가

그러지 않겠나

그때는 궤짝도 폭신 주저 앉아 내 곁을 날겠지

편안히 아무 생각없이

 

아내는?

아무래도 한통 속

궤짝 속

싫어하지 싶다.

 

 

2014.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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