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궤짝
어느 비오는
봄날 오면
마비정 선산 할아버지 산소 뒤에
구덩이 얕게 파고
나무 궤짝 하나 묻을까 한다
그 전에
사부동에 누워 있는 아버지 일으켜
돌아가고 남은 고집 곱게 갈고
뒤따를 어머니
굳은 편견과 함께 알뜰히 버무려
궤짝 속에 흩뿌리고
우선 묻어둘까 한다
또 세월이 제법 흘러
내 모진 반성도 마침내 끝나는 날 오면
동생이나 사위 시켜
그 땅 다시 파라 할까 한다
흙 걷고 궤짝 뚜껑 들추고
산산히 하나 된 아버지 어머니
가슴팍 헤쳐
아직 흰 가루 내 한 몸 안기게 시킬까 한다
내 온 길이
내 아버지 어머니 간 길
늦어서도 그 물길 따라 가다보면
할아버지 큰아버지도 만나고
용식이 아저씨도 만나고
산소 옆 개암나무 썩은 뿌리도 만나
왁자하니 강창나루로 흘러가겠지
아버지는 구름으로
어머니는 안개로
나는 또 마비정 실개천으로
한 풍경으로 흘러
어느 아이 크레파스 그림이 되고
그러다 태워지던가 바람에 날리던가
그러지 않겠나
그때는 궤짝도 폭신 주저 앉아 내 곁을 날겠지
편안히 아무 생각없이
아내는?
아무래도 한통 속
궤짝 속
싫어하지 싶다.
2014.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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