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와 글 공부

나에게 시는 왜 필요한가 / 이문재

취몽인 2015. 2. 18. 13:29

나는 '마지막 개인'으로서의 나를 확인하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 시(쓰기)가 필요하다.

시를 벗어나는 순간, 나는 단독자가 아니다.

완전한 포로다.

나는 이 거대 도시가 요구하는 온갖 제도와

가치로부터 이탈해, 자립, 자존할 수 없다.

나는 이 반인간적인 문명과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말해 늘 깨어 있기 위해

시를 필요로 한다.

시를 쓰는 순간, 시를 읽고 시를 생각하는

시간만큼, 나는 이 우주 안에서 자립, 자존,

자족할 수 있는 것이다.

악기이기를 지향하면서도 나의 시는 아직,

수시로 무기이다.

 

- 이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