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춤
말하지 않으니
사방을 베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늘 조심하며 얼굴 내미는 승강기도
이마를 깔고 앉았다 내려가는 물 소리도
현관문의 꼬르륵 허기도
사정없이 베는 둔각의 날
빈 곳 마다 그어진 칼자국
안으로 찌르며 도는 동그라미
언제나 피 흘리는 칼끝
과도한 휘두름에 잘린 그림자
경계 속의 침대는 비명을 지르고
벽과 바닥은 자주 예민해
손목이 잘려도 칼날을 잡는 손
정지 속에서만 멈추는 뾰족한 겨냥
입 다물고
발끝을 들어 어둠 속을 걷는다
칼날이 고개들지 않도록
눈 만 반짝이는 저놈의 생명
2015. 0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