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칼춤

취몽인 2015. 3. 16. 23:05

 

 

 

칼춤

 

 

 

말하지 않으니

사방을 베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늘 조심하며 얼굴 내미는 승강기도

이마를 깔고 앉았다 내려가는 물 소리도

현관문의 꼬르륵 허기도

사정없이 베는 둔각의 날

 

빈 곳 마다 그어진 칼자국

안으로 찌르며 도는 동그라미

언제나 피 흘리는 칼끝

과도한 휘두름에 잘린 그림자

 

경계 속의 침대는 비명을 지르고

벽과 바닥은 자주 예민해

손목이 잘려도 칼날을 잡는 손

정지 속에서만 멈추는 뾰족한 겨냥

 

입 다물고

발끝을 들어 어둠 속을 걷는다

칼날이 고개들지 않도록

눈 만 반짝이는 저놈의 생명

 

 

2015. 0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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