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신현림-
낡은 노트가 책장에서 떨어졌다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나폴레옹의 이 말은 십 년 동안
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송곳이었다
지난 생의 노트를 북북 찢고
어두운 벌판을 오래 떠돌았다
계속 흘러내리는 괴로운 기억의 계단과
입에 밀어 넣는 수면제 바위와
병원의 냄새는 수없이 목매고 싶게 했다
열심히 살지 못한 날들
실패가 청춘의 곡간(穀間)을 망가뜨린 날들
꼭 실패로만 느껴져 슬퍼한 날들
치열한 반성이 없어 허물이 허물인지를
불행이 불행인지를 깨닫지 못한 날들
쇠창살 같은 젊음의 오만한 이빨들
왜 뒤늦게 깨닫는가
상처는 스스로 만든 족쇄였음을
아픔은 의지가 약한 자의 엄살은 아닌가
그래도 내 아픔의 고압선은 풀지 않으리
잃기 싫어서 우스워서
나만 아픈 것이 아니어서
누가 내게 욕설의 총탄을 퍼부을 수 없나
후회가 두려워 일부를 지웠다
오직 기록한 것만 살아 있는 것일까
살아 있다는 것은 착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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