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술아비의 축문(祝文) / 박목월
아배요 아배요
내 눈이 티눈인 걸 ...
아배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
축문이 당한기요.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나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릿고개
아배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 손이믄
아배 소원 풀어들이련만
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 많이 묵고 가이소.
여보게 만술(萬述) 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망령(亡靈)도 응감(應感)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
니 정성 느껴 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경상도의 가랑잎>(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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