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 강준영선생님
김수영 詩를 읽으려다
문득 인사 드린다
그땐 총각이었다
코 끝이 살짝 얽은
성깔 있는 총각
첫 시간에 비행기 날리다
첫 번째 매를 맞은 제자는
눈가가 살짝 얽었다
글을 쓰라 했고
그도 동화를 썼다
우리는 문집을, 그는 책을 냈었다
세월은 제멋대로 흘러
마른 뻘을 헤매는 사이
바람 속에서 지난 부음을 들었다
얽은 그의 코는
얽은 내 눈가에 깊이 새겨져
앞머리로 가릴 수 없었다
몇 년 전
남은 가족의 기억으로
방송에 나왔다는 소식
그날 저녁
얽은 눈가를 긁어
詩 몇 줄로 선생님을 불렀었다
2015. 12.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