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가족 그리고 기억

자백

취몽인 2021. 1. 10. 14:17

 

 

 

자백

 

 

 

 

동생의 세뱃돈을 갈취한 적 있다. 심부름 거스럼돈으로 사탕을 사 먹은 적 있다 모퉁이 가게에서

사과 한 알을 훔친 적이 있다 아버지 주머니에서 얼마간 돈도 훔쳤다 성적표를 고쳤었다 아주 자주

책값을 뚱쳤다 친구의 책을 몰래 팔아먹었다 돈을 빌려 쓰곤 갚지 않은 적이 많다 작정하고 도둑질도

여러번 했다 그 중에는 정말 비양심적인 좀도둑질도 있다 거짓말 따위는 죄목에 넣을 수도 없다 착한

소녀에게 음심을 품었다 착한 여자의 진심을 짓밟은 적이 있다 배신을 했으며 변절도 했다 고변도

했다 뇌물을 받았으며 횡령도 했다 외도도 했다 사기도 분명 쳤을 것이며 경미하지만 뺑소니도 쳤다

음주운전을 수차례 했다 적성국 주민을 신고 없이 접촉한 적도 있다 국세 체납 경력이 있고 술 취해

택시 기사 안경을 분질러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낙태를 강요한 적도 있다 사문서는 물론 공문

서 위조를 한 적이 있고 거짓 증언으로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실체없는 신념을 내세워

선동을 한 적 있다 빚에 몰려 부모의 재산을 축내고 그도 모자라 회생 신청을 하기도 했다 협잡으로

부당한 상품을 팔아먹기도 했다. 하지 않은 일의 대가를 받기도 했으며 결정적으로 이 자백 중에는

현재까지도 반복되고 있는 혐의가 제법 있다

 

이상 이외에도 기억도 못하고 있는 죄상은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 모든 피해자에게 용서를 빈다

죽을 때까지 지금처럼 피폐하게 살면서 속죄하겠다 부끄러움을 조금씩 꺼내 씹으며 드디어 별

죄짓지 않았구나 싶은 날 올 때면 스스로 처형할테니 여러분들이여 돌을 던지지는 말아 주시오.

 

2015.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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