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가족 그리고 기억

건욱에게

취몽인 2020. 10. 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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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다.

여러모로 고생 많았다.

엄마는 늘 바라시던 고통없는 천국으로 가셨다고 우리도 믿자. 그저 자네나 나나 살아 생전 호강 못시켜드린 건 우리 사는 동안 반성할 일인 것같다.

명절에 보고 이야기 하겠지만 네 형수나 조카들 앞에서 뒷 수습 이야기를 길게 하는게 싫어 내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서 말한다.

엄마는 살아 생전 늘 네 걱정이었다. 그래서 상계동 아파트를 네 삶의 기반으로 물려주고 싶다 하셨다.

기본적으로 형도 생각은 엄마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내 형편이 썩 좋지는 않아 네게 양해를 구하고 싶은 게 있다.

처음에는 아파트를 팔아서 최우선적으로 네가 살 원룸 오피스텔을 네 명의로 하나 사고 나머지 중에서 내 노후를 위한 개인택시 면허를 하나 사는 정도로 네게 양해를 구할까 했었다.

그런데 요즘 결혼 때문에 부동산을 제법 알아보고 있는 무늬가 말하기를 지금 상계동 아파트가 중기적으로 7억까지는 갈 것이란 전망이 현실적이므로 지금 매도를 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 따져보니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내 의견은 상계동 아파트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네가 살고, 내년 상반기쯤 주택담보대출로 내가 1.5 억 정도를 받아 개인택시 면허와 차를 사는 자금, 그리고 무늬 결혼 자금으로 쓰면 어떨까 싶다.

상속을 공동상속으로 하자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 두번째는 엄마의 유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럴 일은 없다 생각하지만 혹시 집이 우리 두 형제 중 누군가의 잘못으로 날아가서는 안된다는 걱정 때문에 그리 말씀하신 걸로 이해한다. 좋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최종적으로 상속 분할은 네가 60 ~65%. 형이 35~40% 선으로 했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여전히 최우선은 네가 살 집이 네 소유로 어떻게든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집을 가지고 네가 더 늙었을 때 노후 자금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 조건이 충족될 수 없다면 형은 내 지분을 다 포기할 수 있다. 그 점은 네가 알아줬음 한다.

네가 형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얼마나 믿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형 성격이 이런 타산적인 문제를 형제간에 오래 꿍꿍이 하는 건 견딜 수가 없어서 솔직히 내 의견을 미리 말하는 거다.

이건 순전히 형의 생각일뿐 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시간이 아직 좀 있으니 너도 내 의견에 대해 생각하보고 자세한 건 얼굴 보고 이야기 하자.

혹시 형 마음을 오해는 하지 말았음 좋겠다.

니 형수는 오늘 탈진해서 입원했다. 심하진 않고 내일쯤 퇴원할 수 있지 싶다. 다들 많이 힘들다. 나도 혼자 자꾸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