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내가 없는 길을 지나고

취몽인 2016. 3. 5. 13:00

 

 

내가 없는 길을 지나고

 

 

 

익숙한 창 안에 앉아

비 오는 자유로를 달린다

유리에 부딪히는 슈베르트

좁은 틈으로 달아나는 담배연기

발목은 습관을 밟고

강 건너 마른 풍경은 의뭉하게 다가온다

생각 또한 뒤로 사라지는 것

바라보지 않은 탓에 윤곽조차 알지 못한다

시속 백킬로의 달림 속에서

마음은 그저 흐린 풍경

문득 눈을 깜박이면 아직 살아 있는 나

하지만 다시 사라지고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길을 지나며

잘게 부숴지는 빗방울을 훔친다

나 아닌 나는

이 길을 지나며 어디에 있는 것인가

뒤에서 크게 울리는

클렉션 소리

 

 

201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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