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는 길을 지나고
익숙한 창 안에 앉아
비 오는 자유로를 달린다
유리에 부딪히는 슈베르트
좁은 틈으로 달아나는 담배연기
발목은 습관을 밟고
강 건너 마른 풍경은 의뭉하게 다가온다
생각 또한 뒤로 사라지는 것
바라보지 않은 탓에 윤곽조차 알지 못한다
시속 백킬로의 달림 속에서
마음은 그저 흐린 풍경
문득 눈을 깜박이면 아직 살아 있는 나
하지만 다시 사라지고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길을 지나며
잘게 부숴지는 빗방울을 훔친다
나 아닌 나는
이 길을 지나며 어디에 있는 것인가
뒤에서 크게 울리는
클렉션 소리
201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