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미꾸라지

취몽인 2016. 5. 26. 11:58



미꾸라지



진창은 완벽한 세상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잘 살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생계
보이지 않았으므로
복할 수 있었다

논둑을 거슬러 오르며
진창은 씻겨나갔다
더 잘 살 수 있을까
훤히 보이는 생계
잘 보였으니
행복할 수도 있었다

자갈 바닥은 완벽한 세상
미끄러질 필요가 없었다
잘 사는가 싶었다
자꾸만 씻겨나가는 몸
너무 깨끗해지니
행복도 씻겨 나갔다

뽀득뽀득
미꾸라지는 씻겨 나갔다
하얀 등과 배로
투명하게
목숨이 미끄러져 나갔다
진창만이 완벽한 생계였다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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