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간절한 외로움

취몽인 2016. 7. 1. 11:45




간절한 외로움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나는 외로워 진다

집 안엔 아내와 두 딸 강아지 한 마리

그들을 두고 나는 외로워 진다

정면엔 저 혼자 떠드는 작은 텔레비전

상체를 반쯤 기대고

詩나 몇 편 아니면 낯 선 이의 수다를 읽다가

아무 생각없이 천장을 바라보는 시간

그 외로움 속에 있는 걸 좋아한다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앞에 앉아 아내는 외롭다

집 안엔 남편과 두 딸 강아지 한 마리

그들을 두고 아내는 외롭다

정면엔 혼자 떠드는 커다란 텔레비전

바닥에 비스듬히 누워

드라마나 보다가 아니면 홈쇼핑 주문을 하다가

아무 생각없이 조용한 방문들을 보는 시간

그 외로움 속에 있는 걸 싫어한다


외로움은 안다

하나의 외로움이 외로움을 침탈하리란 것을

닫힌 문이 열리고

강아지가 컹 짖고

권리가 벌컥 들이닥칠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최대한 외로워야 한다

텔레비전을 끄고

조금 더 자세를 낮추고

외로워 지자 더 외로워 지자 눈을 감는다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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