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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것이 음란하다 / 詩 김평엽

취몽인 2016. 6. 14. 14:40




긴 것이 음란하다  / 詩 김평엽 



저 숱한 전화선을 끌고 대체 전신주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 기다란 통화의 끝은 어디일까 누구일까 
골목을 돌아나가다 문득 
허공 속으로 달음질치는 은밀한 언어들이 
궁금해졌다 
살그머니 전선 한 가닥을 옷 벗겨 
깨물어보고 귀 대보면 어떨까 
핥기라도 하면 혹 내 몸 뜨거워질까 
그들의 싱싱한 전류에 살짝 내 신호를 삽입하면 
그들 가슴까지 헤엄쳐 갈 수 있을까 
숨어들고 싶다 은밀히 
감춰진 구릿빛 속살 그 짜릿한 세계로 
전입하고 싶다 그리하여 
꽃전등 무수히 켜고 싶다 
푸른 세상 무참히 방전할 수 있다면 

* 김평엽 시집 ≪노을 속에 집을 짓다≫ (종려나무,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