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것이 음란하다 / 詩 김평엽
저 숱한 전화선을 끌고 대체 전신주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저 기다란 통화의 끝은 어디일까 누구일까
골목을 돌아나가다 문득
허공 속으로 달음질치는 은밀한 언어들이
궁금해졌다
살그머니 전선 한 가닥을 옷 벗겨
깨물어보고 귀 대보면 어떨까
핥기라도 하면 혹 내 몸 뜨거워질까
그들의 싱싱한 전류에 살짝 내 신호를 삽입하면
그들 가슴까지 헤엄쳐 갈 수 있을까
숨어들고 싶다 은밀히
감춰진 구릿빛 속살 그 짜릿한 세계로
전입하고 싶다 그리하여
꽃전등 무수히 켜고 싶다
푸른 세상 무참히 방전할 수 있다면
* 김평엽 시집 ≪노을 속에 집을 짓다≫ (종려나무, 2007)
'이야기舍廊 > 좋은 詩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 3 / 詩 권혁웅 (0) | 2016.06.21 |
---|---|
본인은 죽었으므로 우편물을 받을 수 없습니다 / 詩 김기택 (0) | 2016.06.21 |
구겨진 몸 / 詩 이향 (0) | 2016.06.14 |
생존자 / 김이듬 (0) | 2016.06.02 |
물고기에게 배우다 / 詩 맹문재 (0) | 2016.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