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남
도서관 서가를 훑다 처음 보는 장석남의 시집을 발견했다. 먼저 들고 있던 권혁웅의 시집을 그 자리에 꽂고 즐겁게 돌아섰다.
엽칸에서 김훈의 '라면...' 도 정민의 '다산'을 무찌르고 나의 간택을 받았다.
원래 주말은 도서관에 오지 않는다.
오늘은 도피했다. 우려했던 우울과 두려움, 그리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스트레스성 분노가 간밤에 아내와 나 사이에 창궐했다.
결론없는 전투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저녁은 또 꾸역꾸역 잔뜩 늘어진 개나리를 타고 올 것이고 어쨌든 전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항복의 전술이 쉬 마련되지 않는다.
녹내장을 주의해야 한다는 왼 눈과 조금씩
매일 뽑혀가는 오른쪽 어금니를 위로한다.
119번 열람석. 앞 자리와 좌우 자리가 빈
자리가 나의 필요조건인데 충족은 신기하게 늘 119번이다. 예열을 위해 먼저 장석남의
시 몇 편 읽자. 표지를 집으니 아차,장석주.
이 사람 요즘 집요하다. 하, 강요의 장석주.
1,800원 짜리 아메리카노가 식는다. 주머니 속 잔돈 이백원이 소란하다. 공부같은 책 읽기는 힘들다. 수필이나 읽는다. 시도 편한
것만 읽는다. 힘도 없고 힘 쓰기도 싫은 날,
김훈은 라면을 끓인다. 48년생의 스타일로.
2017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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