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소리

취몽인 2017. 7. 16. 18:32

소리

 

 

이동식 발전기를 아십니까

콘테이너 박스만 합니다

기름을 먹고

전기를 만듭니다

아파트 한 동을 감당합니다

160세대 대략 500명 정도가

지난 일주일 앞으로 나흘

푸르딩딩한 괴물에 목 놓고 삽니다

기세가 대단합니다

쉴 새 없이 굴뚝으로 열기를 뱉어

곁에 있던 목련나무가 빨갛게 죽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고함소리가 만만찮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소리에도 매질이 있다는 걸요

벽을 울리고 창을 뚫고

귓속으로 녹슨 밀도를 밀어넣습니다

가감도 없는 한결같음으로

머리는 소리로 꽉 찹니다

그리고 그 소리와 함께 공명합니다

뭐라고 할까요

적어도 이 곳 세상은

녀석에게 완전히 압도된 셈입니다

이 여름

공부 몇은 제대로 합니다

선풍기 하나를 돌리는 데도

모르는 어딘가에서는 악을 쓰는 비명이 필요하고

참을 수 없는 것은 어쩌면 없다는

맘 먹으면 인간은 그렇게 다룰 수 있다는

독재와 자본의 인간 공학 일단을

굉음으로부터 슬쩍 배웁니다

 

 

2017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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