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으로
허공을 찌르면
주루룩
빗물이 흐를 것 같다
그 탓인가
젖은 아궁이에
불을 넣는 일이 참 어렵다
자꾸만
흐르던 길을 흐르는
눅눅한 시간
최대한 짧은 글을 골라
음습 위에 걸친다
느린 삼투가 닥치기 전
잉걸불이 일었으면
글자들이 자꾸 떠내려가는 눈 앞
꾸역꾸역
생각을 밀어 넣어보지만
금새 흥건해지는
그 곳은 너무 멀고
이미 나는 너무 젖었고
진창
이 길을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2017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