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반고개 추억

황제회관

취몽인 2017. 9. 26. 13:02




황제회관



당구장옆 함바집이었다

친구녀석 둘과 낯 술을 마셨다

김치찌개에 소주 한 병 남짓 마셨나

그 형님이 들어 오셨다


술 묵나

나도 술 한 잔 하러 왔다

아지매 술 좀 주소


소주 한 짝이 목로 옆에 놓아졌다

소금 한 종지 물 한 바가지 맥주 잔 하나

목로 위에 놓였다


느거들 소주 몇 병 무라


한 짝에서 두 병을 빼주고

우리가 그 두 병을 포함해 도합 네 병을 마시는 동안

한 병을 두 잔에 나눠 한 짝을 다 마셨다

소금 한 손가락  바가지 물 한 잔씩과 함께


몇 달 뒤 당구장 주인이 전했다

황달로 죽었는데

눈동자가 시커먼 채로 말했다고


술 마이 쳐묵지 마라 내처럼 디진다


그 형님이 지배인으로 있던 황제회관도

시커먼 철문을 내리고 금새 망했다



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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