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그 밤을 잊지못한다
서쪽으로 난 창 밖
어두운
바다는 밤새 몸살을 앓았다
표정도 없는
검은 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창에 꽂히듯
빗줄기는 몸서리를 쳐댔다
기슭까지 도망쳐온 파도
끄댕이를 다시 잡아 당기는 바다
태초란 이런 것이었을까
경계는 모두 지워졌는데
끝없이 뒤섞이는 또다른 경계
검은 구름이 검은 수평선에
검은 바람이 검은 파도에
누군가의 고함이
한 벽 가득한 유리창을 흔들 무렵
귀를 찟는 무적 소리
아무 것도,
혼돈으로 젖은 어둠 말고는
아무 것도 없이
바다는 검게 비어 끓고 있는데
무적은 어디에서 우는지
멀리
찢어지는 빛으로 허둥대는 등대
먹장으로 휘젓다 생긴 틈
동전만한 구멍으로 달빛 쏟아진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 바다에
직선으로 꽂히는 달빛
빛 사이로
빛이 내려 앉은 동전만한 바다 위로
동전만한 경이가 출렁인다
아주 잠시
검은 비는 빠르게 달을 쫒고
무적은 여전히 귀를 찢고
문 두드리는 소리
문앞에 서니
앞발톱 쑤셔 넣고 문을 당기는 야수
그 뒤로 으르렁 대는
아 무적, 무적 소리
발치에는 삐죽한 문틈 비집고 쏟아진
비릿한 비명 몇 조각
서둘러 문을 닫자 무적은 문만 두드리고
그저 몇 평
불안한 불빛에 숨어
날뛰다 날뛰다 제 풀에 멈추기를 기다렸던
아, 검게 끓던 그 바다
애월의 밤바다
그 바다를 잊지 못한다
2018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