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남동 친구들
양재역 남쪽이라고
제멋대로 양남동이라 하는 묘한 동네에
오랜 친구들이 있다
얼추 이십 오 년
한 직장을 다녔고
잠깐 사무실도 같이 했던
음주가무 혈맹의 역사도 있다
사는 일이란게 팍팍해서
순서대로 제각기 바닥을 다 찍었고
또 순서대로 되살아 나
아직도 광고밥 파먹고 잘 살고 있다
기술 없는 나만 떨어져 나와
아직도 낯선 바닥을 전전하긴 하지만
따로 또는 같이
바닥에서 고통 받을 때
큰 힘은 못돼도
함께 힘들어 하고 어깨 두드렸던
낮에는 낮술로 밤에는 밤술로
각자를 학대하고 함께 위로를 주고 받았지
그 판을 비껴나와 혼자 살 길 헤맨 몇 년
자주 보지 않으니
자주 보지 않게 되누만
어제 새벽
빈 택시 몰고 양남동을 지나다
불꺼진 사무실을 봤다
한 참 때였으면 노래방에서
하나는 노래 부르고
하나는 취하다 자다 깨다 하고
하나는 괜히 삐질 시간
이제는 모두 제법 늙어
막내도 완강히 거부하던 쉰을 넘겼으니
그 때 그 치기도 더불어 늙었을터
어두운 골목에 차를 세우고
한참 불꺼진 창을 보다 생각한다
보고 싶은 친구들
보고 싶으면 봐야지
다음 쉬는 날 다시 오자
오랜 만에 항수 노래도 듣고
임감독 존버 이야기도 듣고
낚시 갈 궁리도 함 하고
무엇보다
오래 묵은
쟁여놓은 소주도 한 잔 하러
생각만 해도 기분좋은
내 친구들
양남동 친구들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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