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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남동 친구들

취몽인 2018. 8. 6. 14:19

양남동 친구들

 

양재역 남쪽이라고

제멋대로 양남동이라 하는 묘한 동네에

오랜 친구들이 있다

얼추 이십 오 년

한 직장을 다녔고

잠깐 사무실도 같이 했던

음주가무 혈맹의 역사도 있다

사는 일이란게 팍팍해서

순서대로 제각기 바닥을 다 찍었고

또 순서대로 되살아 나

아직도 광고밥 파먹고 잘 살고 있다

기술 없는 나만 떨어져 나와

아직도 낯선 바닥을 전전하긴 하지만

따로 또는 같이

바닥에서 고통 받을 때

큰 힘은 못돼도

함께 힘들어 하고 어깨 두드렸던

낮에는 낮술로 밤에는 밤술로

각자를 학대하고 함께 위로를 주고 받았지

그 판을 비껴나와 혼자 살 길 헤맨 몇 년

자주 보지 않으니

자주 보지 않게 되누만

어제 새벽

빈 택시 몰고 양남동을 지나다

불꺼진 사무실을 봤다

한 참 때였으면 노래방에서

하나는 노래 부르고

하나는 취하다 자다 깨다 하고

하나는 괜히 삐질 시간

이제는 모두 제법 늙어

막내도 완강히 거부하던 쉰을 넘겼으니

그 때 그 치기도 더불어 늙었을터

어두운 골목에 차를 세우고

한참 불꺼진 창을 보다 생각한다

보고 싶은 친구들

보고 싶으면 봐야지

다음 쉬는 날 다시 오자

오랜 만에 항수 노래도 듣고

임감독 존버 이야기도 듣고

낚시 갈 궁리도 함 하고

무엇보다

오래 묵은

쟁여놓은 소주도 한 잔 하러

생각만 해도 기분좋은

내 친구들

양남동 친구들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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