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택詩人

최저임금, 자영업 위기, 문제는 뿌리는 결국 자본의 폭력.

취몽인 2018. 8. 21. 15:00

최저임금, 자영업 위기,

문제는 뿌리는 결국 자본의 폭력.

 

쉰 중반인 현재 내 직업은 법인택시 운전수다.

전직은 광고기획 30년 경력자이다.

택시운전을 직업으로 선택한 것은 오로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이다.

내가 평생 일해왔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광고일은

유난히 실무자로 일할 수 있는 상한 년령이 낮다.

트렌드에 민감해야하고 창의적 아이디어 생산을

위한 전략적 사고를 해야하므로 젊은 감각이 필수적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인정한다.

 

쉰을 넘긴 광고쟁이가 그 바닥에서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몇 없다. 돈과 거래선이 있어

광고회사나 조그만한 기획사무실을 차려 사장이 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초기 창업에 돈은 크게 들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은 경쟁 포화를 넘어 피흘리며 살 아야하는 곳이 된지 오래다. 특별하지 않으면 길게 버티지 못하고 다시 빈 손으로 실업의 자리에 서기 쉽다. 다른 길은 아는 사람 등을 통해 적은 돈을 받고 자문역, 또는 프리랜서 같은 이름으로 경험을 덤핑 판매하는 것이다. 그 길 역시 나이가 짐이 되며 길어야 이 년이면 다시 길 앞에 서게 된다.

 

나 역시 위의 두 길을 다 걸어 봤고 그 길 끝 광야에서 망연자실한 끝에 택시 운전을 선택하게 됐다.

 

쉰 넘은 남자가 전공에서 밀려났을 때 갈 수 있는 길 또한 별로 없다.

취직을 할 수 있는 곳은 경비원, 택배기사, 편의점 알바, 생산공장 파견직 근로자, 대중교통 운전 기사 같은 일들이다. 대부분 월 수입 이 백만원 이하의 단순 계약 노무직이다.

다른 한 길은 잘 아는 것처럼 소자본 자영업 창업이다. 치킨집, 카페, 식당, 편의점 같은 것들. 광고쟁이들은 나름 전략적 차별화를 한답시고 약간의 아이디어를 더한 음식점이나 주점 따위에 많이 도전한다. 하지만 현실적 결론은 여느 자영업와 다르지 않아 성공 확률 5%에 끼기 어렵다. 대부분 이 억 이하를 투자해서 기왕의 본인 인건비 이하의 돈을 버느라 허덕이다가 권리금, 보증금 까먹고 손 들기 일쑤다. 이 또한 내가 경험해본 일이다.

 

왜 그럴까? 단순한 내 생각으론 가게가 너무 많다. 그렇게 많은 나라를 가본 건 아니지만 다른 나라에서 보지 못한, 하지만 우리 나라에선 당연한 풍경인, '모든 길에는 가게가 있다.' 는 풍경. 큰 도로는 물론 이면 도로, 골목길까지 길이 있으면 그 길 양쪽의 일 층은 모두 가게다. 어떻게 이 많은 가게들이 다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했었다. 작은 시장통에 치킨집 10개, 커피집 5개, 분식점, 옷가게, 미용실 어깨를 집고 나란히 피 튀기며

먹고살자 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잘 될 턱이 있나?

 

각설하고 앞으로 다시 돌아가면, 결국은 전공분야에서 일찍 밀려난 사람들이 일하며 먹고 살 수 있는 선택지와 자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어느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청년 일자리 못지않게 은퇴한 장년의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거창하게 숙련 인력 자산의 낭비 또는 방치를 말하지 않더라도 자의건 타의건 은퇴 뒤 수십 년을 쉬 죽지도 못하고 살아야하는 이들이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청년 일자리 만들기와의 우선 순위 문제나 조화도 고려해야 겠지만 결코 후순위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쯤에서 대기업으로 대표되지만 행정, 정치, 금융, 언론 등이 한 덩어리로 군림하는 자본에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강제해야 한다.

일 시키고, 월급 주고, 제가 만든 물건을 더 비싼 값으로 사느라 그 월급 고스란히 다시 갖다 바치게 만들어 자본을 더 불리고, 줄 돈이 많아지기 전에 내쫒아 다시 내 물건을 팔아 먹고사는 말단 판매 자영업로 삼아 또 뜯어 먹다 망하면 다시 버리는, 그 와중에 불확실한 미래 수입까지 금융이라는 시스템으로 미리 빼앗아 가버리는 자본이라는 폭력 덩어리에게..

 

그 만큼 뺏아 먹었으니, 이제는 더 뺏아 먹을 것도 남지 않았으니, 이쯤에서 다른 세상을 만들지 못하면 그럼 결국 너희도 망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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