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여만에 다시 읽은 시집.
그때 골라 끝에 남겨둔 시는
이번에도 책갈피가 접혀졌다.
詩도, 독자도 여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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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요
내가 멍하니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냐고
내가 생각에 빠ㅣ져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왜 그리 멍하니 있느냐고
거미줄처럼 얽힌 복도를 헤매다 보니
바다,
바닷가를 헤매다 보니
내 좁은 방.
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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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3
궁핍.
이 땅의 많은 시인들이
살아가는 하루의 다른 이름.
하지만
시인이어서
서럽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는
궁핍.
조용한 목소리로
시인은 세상을 쓰다듬는다
가시 많고
여기저기 금이 간 세상을
고양이들과 함께
이 사람을 한 번 만나봤음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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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비탈
걷는 게 고역일 때
길이란
해치워야 할
'거리'일 뿐이다
사는 게 노역일 때 삶이
해치워야 할
'시간'일 뿐이듯
하필이면 비탈 동네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들
오늘 밤도 묵묵히
납작한 바퀴 위에
둥드러시 높다랗게 비탈을 싣고 나른다
비에 젖으면 몇 곱 더 무거워지는 그 비탈
가파른 비탈 아래
납작한 할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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