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오규원 詩選

취몽인 2019. 12. 6. 11:47

 

신간 시집 한 권에 9천원인데

7년 전에 나왔던 시집이 1만6천원.

알리딘 중고서점에서 7천6백원.

 

무슨 배짱이지?

오규원이라서?

 

어쨌든 시인의 전집을 압축 요약해놓아

짧은 시간에 그의 시가 변해 온 모습을 보기에 좋다.

 

1973년 이래

끊임없이 진화 발전해 온 노시인의 발걸음들이

시절에 따라 다른 그림자를 낳았다.

 

시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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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와 오후

 

 

붉고 연하게 잘 익은 감 셋

먼저 접시 위에 무사히 놓이고

그다음 둥근 접시가

테이블 위에 온전하게 놓이고

그러나 접시 위의

잘 익은 감과 감 사이에는

어느새 '사이'가 놓이고

감 곁에서 말랑말랑해지는

시월 오후는

접시에 담기지 않고

밖에 놓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