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리스본행 야간열차/황인숙

취몽인 2019. 12. 6. 11:21





일 년여만에 다시 읽은 시집.

그때 골라 끝에 남겨둔 시는

이번에도 책갈피가 접혀졌다.


詩도, 독자도 여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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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요



내가 멍하니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느냐고


내가 생각에 빠ㅣ져 있으면

누군가 묻는다

왜 그리 멍하니 있느냐고


거미줄처럼 얽힌 복도를 헤매다 보니

바다,

바닷가를 헤매다 보니

내 좁은 방.



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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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3


궁핍.

이 땅의 많은 시인들이

살아가는 하루의 다른 이름.

 

하지만

시인이어서

서럽고, 아름다운 꽃으로 피는

궁핍.

 

조용한 목소리로

시인은 세상을 쓰다듬는다

가시 많고

여기저기 금이 간 세상을

 

고양이들과 함께

 

이 사람을 한 번 만나봤음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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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비탈

 

 

 

걷는 게 고역일 때

길이란

해치워야 할

'거리'일 뿐이다

사는 게 노역일 때 삶이

해치워야 할

'시간'일 뿐이듯

 

하필이면 비탈 동네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들

오늘 밤도 묵묵히

납작한 바퀴 위에

둥드러시 높다랗게 비탈을 싣고 나른다

비에 젖으면 몇 곱 더 무거워지는 그 비탈

가파른 비탈 아래

납작한 할머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