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詩 읽기

너무 많은 입/천양희

취몽인 2018. 10. 31. 14:43

 

시는

시인이 쓰지만

시집은

독자가 읽는 것

 

내가 좋은,

내게 좋은

시를

골라 읽는 건

독자인 나의 권리

 

안 읽히는 시에

답답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가슴 울리는 시만도

세상에는 넘치는데

 

내가

모르는 시는

내게

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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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날

 

 

지루한 날이면

물끄러미 가로수를 바라본다

구름이 느릿느릿

나무 위로 지나가고

햇빛이 느릿느릿

나무 밑을 지나간다

가로수는 어쩌면

누워 있던 땅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어느날 벌떡, 일어선 게 아닐까

저렇게 평생 서 있다니

 

지루한 날이면

물끄러미 땅을 내려다본다

달팽이가 느릿느릿

풀밭을 지나가고

발자국이 느릿느릿

땅을 밟고 지나간다

땅은 어쩌면

서 있던 나무들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어느날 털썩, 주저앉은 게 아닐까

저렇게 평생 주저앉아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