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시인이 쓰지만
시집은
독자가 읽는 것
내가 좋은,
내게 좋은
시를
골라 읽는 건
독자인 나의 권리
안 읽히는 시에
답답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가슴 울리는 시만도
세상에는 넘치는데
내가
모르는 시는
내게
시가 아니다
----------------------
지루한 날
지루한 날이면
물끄러미 가로수를 바라본다
구름이 느릿느릿
나무 위로 지나가고
햇빛이 느릿느릿
나무 밑을 지나간다
가로수는 어쩌면
누워 있던 땅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어느날 벌떡, 일어선 게 아닐까
저렇게 평생 서 있다니
지루한 날이면
물끄러미 땅을 내려다본다
달팽이가 느릿느릿
풀밭을 지나가고
발자국이 느릿느릿
땅을 밟고 지나간다
땅은 어쩌면
서 있던 나무들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어느날 털썩, 주저앉은 게 아닐까
저렇게 평생 주저앉아 있다니
'이야기舍廊 > 詩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신동호 (0) | 2018.11.08 |
---|---|
사슴공원에서/고영민 (0) | 2018.11.08 |
엄마라는 공장 여자라는 감옥/박후기 (0) | 2018.10.28 |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함민복 (0) | 2018.10.14 |
죽음의 자서전 /김혜순 (0) | 2018.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