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생일

취몽인 2018. 11. 8. 09:20

생일

 

 

11월은

소중해서 무서운

두 여자의 생일이 있는 달

음력과 양력이 섞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례로 오는 달

 

먼저 온 오늘은

남편보다 생일이 늦어야 한다

억지로 뒤바뀐

아내의 가을 생일

촛불도 없이

족발 한 접시와 막걸리로 보낸다

 

마주 앉은 딸 둘

선물을 내놓으라 성화에

반성 한 다발

약속 한 꾸러미

성사처럼 중얼중얼 쏟는다

마른 목에 막걸리를 부으며

 

살아내느라

도무지 친절하지 못했던 세월

미안함 끝에 매달린

변명 몇 점 질기다

할 수 있는 말이 그저

조금은 나아지겠지라니

 

말을 하는 이와

말을 듣는 이가

같이 바라보는 맞은 편 빈 벽

고개 돌려

마주보지 못하는 건

또 다른 오래된 벽 같은 것

 

창 밖으로

가을비 무겁게 내리고

붉은 잎들도 서둘러 내리는

11월의 밤

겨우 웃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안도하는 슬픔이여

 

 

181107

'詩舍廊 > ~2021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용한 웃음은 어디로 갔는가  (0) 2018.12.21
콩나물  (0) 2018.12.12
남은 목소리  (0) 2018.10.06
죽음의 이름  (0) 2018.10.04
유감  (0) 2018.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