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11월은
소중해서 무서운
두 여자의 생일이 있는 달
음력과 양력이 섞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례로 오는 달
먼저 온 오늘은
남편보다 생일이 늦어야 한다
억지로 뒤바뀐
아내의 가을 생일
촛불도 없이
족발 한 접시와 막걸리로 보낸다
마주 앉은 딸 둘
선물을 내놓으라 성화에
반성 한 다발
약속 한 꾸러미
성사처럼 중얼중얼 쏟는다
마른 목에 막걸리를 부으며
살아내느라
도무지 친절하지 못했던 세월
미안함 끝에 매달린
변명 몇 점 질기다
할 수 있는 말이 그저
조금은 나아지겠지라니
말을 하는 이와
말을 듣는 이가
같이 바라보는 맞은 편 빈 벽
고개 돌려
마주보지 못하는 건
또 다른 오래된 벽 같은 것
창 밖으로
가을비 무겁게 내리고
붉은 잎들도 서둘러 내리는
11월의 밤
겨우 웃는 아내의 얼굴을 보고
안도하는 슬픔이여
18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