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친구들
평생 세 군데 교회를 다녔다.
걸음 떼고부터 대학졸업때까지 다닌 대구의 교회와 서울 처음 와서 다녔고 목사님이 결혼식 주례까지 서주었던 염리동 언덕 위의 교회, 그리고 지금 다니는 남현동의 교회다.
어릴적 대구의 내당교회 친구들은 그야말로 평생 친구들이다. 요즘도 일년에 한 두번 정도는 만난다.
내 인생 전체에 걸쳐 가장 길게, 두텁게 만나는 친구들이라 할 수 있다. 염리동의 염산교회는 짧게, 그리고 건성으로 다녀 친구는 커녕 아는 사람도 없다.
마지막으로 이십여년째 다니는 교회는 현재 진행형이다. 삼십대, 세상에 푹 빠져 있을 때 한 분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동년배들이 모이는 선교회 조직이 교회안에 있으니 같이 하면 좋을거라 초대를 했다. 그 다음 주에 모임에 나갔고, 그걸 계기로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한 셈이 됐다. 교육에 관심이 많아 교회학교 교사. 부장을 오래 했다. 년전에 우리보다 젊은 분들이 장로가 되었고 이제는 교회 봉사 활동도 은퇴할 나이가 되어 아무 직분도 맡지 않고 있다.
남은 것은 앞서 말한 선교회 친구들이다. 이십 여년, 일주일마다 만나서 같이 차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눠온 친구들. 어디에도 이처럼 매주 만나는 친구들을 가질 순 없을터이다. 그 세월 동안 교회를 떠난 이도 많고, 심지어는 세상을 떠난 이도 있었다.
나를 처음 선교팀에 초대한 분은 내 작은 고집으로 인해 마음을 다쳐 나와 절연을 하기도 했으니 나름 굴곡도 있었다 싶다.
그래도 한결같이 만나면 반갑게 웃을 수 있는 오랜 친구들이 여럿 남았고, 조금씩 늦게 만났지만 기간에 관계없이 마음을 터놓고 지낼 친구들도 여전히 많다.
오늘 저녁은 그 친구들이 송년 모임을 갖는 날이다.
택시일을 시작하면서 근 팔 개월 동안 교회를 제대로 나가지 못한 처지여서 주일도 아닌 모임에 불쑥 나가기가 좀 망설여진다. 그렇지만 가야할 것 같다.
그게 이십 년 친구들에 대한 예의다 싶다.
나는 교회라는 조직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조직이 예수의 참 가치를 왜곡시키는 걸 너무 많이, 오래 봐왔기 때문이다. 경영이 주도하는 교회는 예수 자체에 대한 집중을 방해한다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는 교회 활동보다는 좀 더 신앙 자체에 집중해보자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십 년 친구들은 놓칠 수 없을 것 같다.
더 늙어 칠십 팔십이 되어 삼십년. 사십년 친구로 살아가지 싶다.
어디 그런 친구들 만나기가 쉽나. ㅎㅎ
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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