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택詩人

분신

취몽인 2018. 12. 11. 14:12

분신

 

택시일은 내가 해본 어떤 일보다 힘들다.

그래도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차선의 일이라 생각하고 참으며 한다.

 

힘든 것도 종류가 많다.

하루 12시간, 일주일에 6일, 주야 교대로 몸이 힘든 것이 아무래도 제일 크다. 그 다음 힘든 것은 수입을 확보하기위한 노심초사 정도일 것이다. 그 다음은? 그건 아무래도 자존감 문제인것 같다. '한때 잘나갔던 내가 택시를 하고 있다니'라는 자조가 무시로 솟는다. 그때마다 기운이 빠지는게 사실이다.

 

그와는 별도로, 최근에 카카오카풀이 이슈가 되면서 포털 기사에 붙은 댓글들을 보게 된다. 택시기사를 향한 조롱과 비아냥, 혐오의 글이 대부분이다. 이 정도로 택시를 싫어하나 싶을 정도의 글도 많다. 아직 1년도 안된 초보이니 내가 뭐 대단한 소속감 같은 건 없다. 오히려 자괴감에서 벗어나려 난 다른 택시기사들하고 다른 사람이야 하는 따위의 아웃사이더를 고집하는 얼치기 기사 정도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택시기사를 향한 극언, 조롱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 물론 택시기사들이 자초해 만든 이미지이겠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그 뿌리에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터인데.. 모든 문제를 택시기사에게 묻는 소비자 및 대중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곤 한다. 성질 날 때는 이런 말도 속으로 한다. '그 더러운 택시 그냥 타지 말지 그러냐? 뭘 그렇게 되먹지 못한 인간들이 모는 택시를 못타 매일 그렇게 안달이냐?' ㅎㅎ.

그건 그저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스터베이션일 뿐이지만 하여튼 택시를 둘러싼 일련의 불편함들은

내 개인의 생각으로는 대체로 저급한 측면이 많다 싶다. 저급함, 하위의 수준 낮은 문화 또는 산업, 이런 인식이 또 하나의 무시할 수 없는 힘듬이란 점을 말하고 싶다.

 

어제 택시기사 한 분이 국회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결국 돌아가셨단 보도를 봤다. 이 상황이 목숨을 던질 만큼 위중한 상황인가 싶었다. 어쩌면 초보인 내가 모르는 절박함이 그분들에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해는 쉽지 않다.

문제는 고귀한 한 생명의 희생을 제단에 올려놓고 벌이지는, 또는 벌어질 또다른 저급함의 난무가 걱정이 된다. 택시노조의 포로파간디와 일반국민들의 조롱이 또 뒤섞여 돌아가신 분을 얼마나 욕되게 할지..

 

비교적 고급 대중교통 수단인 택시가 왜 이렇게 기층 계급의 생계 수단이 되고, 저급 문화의 상징처럼 되었을까? 뜨겁게 돌아가신 분이 던지는 질문에 이런 내용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 시간 뒤면 닷새째 야간 근무를 나가야 한다.

12시간 일하고 새벽에 돌아올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혹독하게 일하면서 욕을 쳐먹는 상황은 마땅치 않다 싶다.

 

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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