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다이
내가 소속된 회사에 근무하는 기사는
얼추 백 명 정도. 오가며 인사를 나누는
사람은 동 시간대(6시)에 교대하는 열 명
남짓. 나머지는 얼굴도 잘모른다.
운행중에 길에서 같은 회사 택시를 만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나름 반가워 창문 내리고
인사를 하지만 누군지는 모른다.
한 일 년 매일 같은 시간에 회사를 들러
차를 반납하거나 일을 나서다보니 몇 몇과는
은근히 친분이 쌓인다. 자판기 커피를
함께 마시고 농담이나 격려 몇 마디를
나누다 최근에는 네 명이 카톡 단톡방을
만들어 일하는 중에 서로 정보도 주고 받고
무료함을 달랠 농담도 주고 받는다.
손님없는 새벽에는 졸음을 쫒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 년 동안 택시 운전하면서
같은 회사 다니는 동료 택시기사들과
딱 한 번 밥 같이 먹었다.
나하고 같은 차를 타는 교대자 형님과
저녁 같이 먹은 것.
이 일 시작하기 전부터 그저 묵묵히 일이나
하지 택시기사들이랑 어울려 희희낙낙
하지 말자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지켜온
결과다. 퇴근 후 어울려 한 잔 하기 시작하면
내 성격상 제어가 되지 않을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톡방 친구들이랑은 치맥 한 번은
해야할 듯하다. 남자들이란게 혼자 어울리지
않는 놈을 이상하게 보니까. ㅎㅎ. 꼭 그 이유가 아니라도 같은 환경에서 분투하는
이들과 친구가 되는 게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니까.
다만 절제의 끈은 놓치말아야 하고, 그나마
없는 시간 딴 친구들을 더 만나기 어럽게
되는 부작용은 있을 것 같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슬슬 설산을 내려 오는 중이다. ㅎㅎ
19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