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택詩人

쉬는 풍경

취몽인 2019. 5. 10. 10:52

쉬는 풍경

 

 

일주일 주간 근무를 마치고

야간 근무 시작하는 날.

새벽에 일어나던 관성이 남아

모처럼의 늦잠도 못 즐기고 일어났다.

 

순서대로 아내와 딸은 출근하고

빈집에서 느긋하게 침대에서 딩굴다

게으르게 주방으로.. 냉수 한 잔,

우선 쌓인 몇 개의 설거지를 해치우고

뜨거운 밥에 마아가린, 날계란, 간장 넣어

비비고 구수한 근대된장국으로 아침.

 

아내가 미처 못한 빨래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어항의 구피들 먹이 주고 징징대는 강아지

간식도 하나 주고.. 둘째가 사준 머신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 뽑아 다시 침대로.

따라 누운 강아지는 옆구리에서 금새 코를

골고 잠들었다.

 

책을 좀 읽을까? 내키지 않아 관두고..

시계를 보니 열 시 반.

아직도 남은 여섯 시간.

 

천천히 커피를 다 마시면 빨래를 널고

담궈 놓은 쌀을 밥솥에 안치고

집안 일 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청소는

처삼촌 벌초하듯 하는 척만 하고..

다시 누워 또 책을 볼까 고민하다 내키는

대로 하고.. 졸리면 잠깐 자고..

 

출근하기 한 시간 전쯤 저녁에 퇴근할

가족들 먹을 버섯 크림 파스타 소스

좀 만들어놓고, 정작 나는 라면 끓여

밥 말아먹고 빵빵한 배로 출근할 터.

 

아무도 없다는 것.

꼭 해야할 일은 없다는 것.

그저 살금살금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사랑스런 몇 가지 일을 하는 것.

그 시간이 주는 행복은 소중하다.

 

더 늙어서

내가 살아갈 삶의 모습이기도 한

한 나절의 행복한 휴식이다.

 

 

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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