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한 살 더 먹었으니

취몽인 2019. 1. 3. 14:32




한 살 더 먹었으니

 


쉬는 날

혼자 집에서

식구들 먹을 짜장을 만든다

일 년이면 서너 번 만든다

짜장 속에 있는 돼지고기가 싫어

내가 만든 짜장은 오로지 야채만 들었는데

오늘은 돼지고기를 넣고 볶는다

돼지해?

그런 건 생각도 못했다

그저 갑자기

내 입만 입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나 때문에

고기맛 한 점 없는 짜장면을 아쉬워 했을지 모르는

아내와 딸들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파기름을 내고

목살을 볶으며

피식 웃음이 났다

삼십 년만에 고기 넣은 짜장이라니

그 긴 시간은

입 닫은 없는 폭력이었구나

사랑을 앞세운 강요

묵묵히 맛있다

웃어준 식구들에게 미안했다

한 살 더 먹으니

이렇게라도 철이 좀 드나

이제서야?

 

190103



'詩舍廊 > ~2021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식  (0) 2019.02.07
파블로프  (0) 2019.01.28
조용한 웃음은 어디로 갔는가  (0) 2018.12.21
콩나물  (0) 2018.12.12
생일  (0) 2018.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