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기준으로,
그리고 본인이 펴낸 책에서
스스로 말했다시피
이 시인은
전문가(프로패셔널)인지 모른다.
때문에
비전문가인 나는
이 시집을 읽어내는 일이 힘들다.
시들을 읽는 동안 내내
시인이 이전에 펴낸
시 창작 테크닉들이 머리를 맴돌뿐
그의 긴 고백을 들을 수 없었다.
시는 시인이 쓰는 것이지
전문가가 쓰는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
감상하는 이의 역량 부족이 제일 크겠지만
시를 읽으며
세상 속에서 시인이 자리잡고 살고자하는
목적성. 포지셔닝 전략 같은 걸 느끼는 건
괴롭고 슬픈 일이다.
시 쓰며 잘 살아내기 위한
시인의 분투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드러난 객관성이
시인의 아름다운 주관성을 가려
나와는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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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
흔들리는 것 뒤에 흔들리지 않는 게 있다고 한 번 더 믿는다
녹슨 못이여, 여행이란 말을 걸어 놓고 패배자를 추궁하지 마라
태초에 요일은 나눌 필요가 없었고 숫자는 한 가지 색깔로 한심해졌어야 했는데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3년 전에 버려야 했었는데
벽 대신 내가 두꺼어지고 말았으니
패배자의 생각 안에 구멍을 뚫고 창문을 그리지 마라
창문이 흔들리는 건 바람 탓이 아니다
무모하게 하루 만에 불행해진 광장에 대해
삶이 온전히 자기만의 것이라고 중얼거리는 주관성에 대해
비난하지 마라, 항상 머뭇거림이 병이다
방을 빠져나가는 순간 객관적으로 나는 증명된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루저'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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