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화 退化
오랜만에 손글씨를 쓴다
겨우 A4 두 장
예전 원고지 기준으로
10매나 될까?
엄지와 검지 사이
글자들이 춤을 춘다
그새 손가락들은
오래된 길을 잃었버렸나보다
승차거부 부당 진술서
불편한 글씨들에 짜증을 싣고
글씨를 잃어버린 생각은
하냥 초조하다
빈 모니터를 보면
글을 쓰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빈 종이를 보며
글을 써내지 못하는 때를 맞다니
물끄러미 오른손 두 손가락을 본다
거의 지워진 펜 굳은살
기억은 그저 희미한 흔적으로만 남았다
글씨는 계속 아득하게 떨고
19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