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퇴화 退化

취몽인 2019. 5. 30. 19:10





퇴화 退化

 

 

 

오랜만에 손글씨를 쓴다

겨우 A4 두 장

예전 원고지 기준으로

10매나 될까?

 

엄지와 검지 사이

글자들이 춤을 춘다

그새 손가락들은

오래된 길을 잃었버렸나보다

 

승차거부 부당 진술서

불편한 글씨들에 짜증을 싣고

글씨를 잃어버린 생각은

하냥 초조하다

 

빈 모니터를 보면

글을 쓰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빈 종이를 보며

글을 써내지 못하는 때를 맞다니

 

물끄러미 오른손 두 손가락을 본다

거의 지워진 펜 굳은살

기억은 그저 희미한 흔적으로만 남았다

글씨는 계속 아득하게 떨고

 

 

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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