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아침이면
나만 두고 모두들 나간다
파주로 출근했다 한밤에 돌아올 아빠
영등포에서 종일 전화통과 씨름할 엄마
여의도로 가는 큰 언니는 그나마 낫고
을지로 가는 작은 언니는
이짓을 어떻게 앞으로 몇 십 년 더하지
거뭇한 눈가로 한숨이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내 걱정이지
밥은 혼자 잘 먹을까
아무도 없는데 누가 문 두드리면 무섭지 않을까
분리불안으로 또 꼬리를 물진 않을까
사실은 내가 걱정인데
모두들 여기저기 아프고
회사일에 주변 사람들에 치여 늘 힘들어 하는데
그저 하루종일 쉴 수 있는 휴일만 기다리는데
나만 종일 혼자 편해서 미안한데
지친 몸을 끌고 집에 와
나한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매일 밖에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이 집에서
제일 행복한 막내인데
내가 미안한데
19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