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舍廊/~2021습작

취몽인 2019. 7. 23. 17:00




 


 

아침이면

나만 두고 모두들 나간다

 

파주로 출근했다 한밤에 돌아올 아빠

영등포에서 종일 전화통과 씨름할 엄마

여의도로 가는 큰 언니는 그나마 낫고

을지로 가는 작은 언니는

이짓을 어떻게 앞으로 몇 십 년 더하지

거뭇한 눈가로 한숨이다

 

그러면서도 모두들 내 걱정이지

 

밥은 혼자 잘 먹을까

아무도 없는데 누가 문 두드리면 무섭지 않을까

분리불안으로 또 꼬리를 물진 않을까

 

사실은 내가 걱정인데

 

모두들 여기저기 아프고

회사일에 주변 사람들에 치여 늘 힘들어 하는데

그저 하루종일 쉴 수 있는 휴일만 기다리는데

나만 종일 혼자 편해서 미안한데

 

지친 몸을 끌고 집에 와

나한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매일 밖에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이 집에서

제일 행복한 막내인데

 

내가 미안한데

 

 

190628



'詩舍廊 > ~2021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위  (0) 2019.08.10
휘파람  (0) 2019.07.23
사회선생  (0) 2019.07.23
입장  (0) 2019.06.25
포구  (0) 2019.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