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舍廊/하루 에세이

결정

취몽인 2019. 9. 21. 11:18

결정

 

지금 내 책상위에는 시집말고

詩작법, 시론 같은 책들이 몇 권 있다.

집 침대 머리맡에도 '현대詩 연구' 같은

책이 놓여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詩를 쓰자.

초라한 삼류시인 신세를 벗어나 일류시인이

되기위해.. 는 절대 아니다.

 

시집들을 끼고 살아온 지난 사십 년,

책장에는 왠만한 서점 시집코너보다

많은 시집들이 쌓여있지만 나의 낭패는

한 치도 나아진 것이 없다.

 

내가 사거나 빌려서 읽는 시집들의

30% 아니면 절반은 내가 읽어내지

못하는 詩들을 담고 있다.

그 詩들은 얼마간의 경이나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열등감, 당혹스러움,불쾌감, 낭패 같은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이 고통을 벗어나고자, 내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 詩의 세상을

기웃거려보자 하는 심정으로 詩 공부를

해왔다.

 

부분적으로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몇 걸음 정도는 다가간 듯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고통은 여전하다.

 

이제 그만 하자 싶다.

몇 번이나 했던 다짐이긴 하다.

미련이나 욕심이 다시 발길을 되돌리게

했었다. 그런데 정말 그만 해야겠다.

 

내 가슴을 울리고 詩를 사랑하게 하는

시인들도 많다. 그런 시인들의 詩들도

다 못읽는다. 시간 낭비 하지말고 즐거운

일이나 열심히 하자.

 

나는 적지않게 나이 먹었고, 따라서 젊은

시인들의 세상에 굳이 감동하지 않아도 될

자격이 있다. 그래 그만 하자.

 

니들은 니들 세상에서 즐겁게 살아라.

나는 내 세상에서 즐겁게 살련다.

그러기에도 시간은 넉넉치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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