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모두들 화가 나있다.
나도 화가 나있다.
어젯밤에는 결국 두 사람과 다퉜다.
그들의 화와 나의 화가 충돌했다.
우리의 화는 우리가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첩첩 쌓여있다.
이 좋은 가을날
푸르고 높은 하늘, 미소같은 구름들, 바람들이
우리를 부르고 있는데
우리는 허공에 삿대질하며 화만 내고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화를 던져놓았다.
오래된 수작이다.
화에 빠진 우리가 세상에 고개를 돌리길 기다리며
집요하게 화를 부추긴다.
이제는 화를 거두어야 할 시간이다.
세상을 바로 바라보기 위해
내 마음에 덕지덕지 낀 화를 걷어내고
먼저 가을을한 번 바라보자.
그러고나서
차분히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한 손에 정의를 들고
또 한 손에는 실천을 들고..
화 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변치 않는 누군가를 지키러 가자.
190928